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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및 일상 글

여성 불안 도시 1

여성안심 귀갓길, 여성 안심 택배, 여성 안심 지하철...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문구들이다. 밤 늦게 여자들이 다니기에 위험한 현실을 말해준다. 여자 혼자 집에 있다가 택배 물건을 받기에는 위험한 현실을 전해 준다. 밤 늦게 다니다가 성폭행이나 강도 폭력 사건을 당하는 여자들의 사건 사고가 자주 언론에 보도된다. 실제로 나 자신도 밤 10시가 넘어가면 마음이 급해지고 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전에 근무했던 사무실에서 여성상담소 활동이 있었는데, 그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상담 내용들을 보곤 기겁을 했었다.

멀쩡한 직장에서, 주방에서 남자 셰프가 요리하던 칼로 위협하여 성폭행한 사례, 성인 묻지마 만남으로 만났는데 여러 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례, 멀쩡하게 배의 선원으로 일하러 갔다가 당한 사례 등등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무서운 성폭력 사례들이 일상 다반사로 벌어졌었다. 한번은 내가 밤에 자다가 깨어 잠이 안 와 집 앞 쪽으로 서성였는데 요란한 119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여 밖에 나가 보니 사이렌 소리 사이로 힘겨운 여자의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 왔고, 그 위로 무뚝뚝한 남자의 이 여편네가...’하며 윽박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도 한 두명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못된 남편이나 가족들이 돈을 노려서 또는 싫어하는 부인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는 텔레비전 보도가 떠올랐다. 이내 상황은 종료된 듯 잠잠해 졌으나, 나는 불안을 떨치기 어려웠다.

서울이라는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에서 우리는 모두 익명의 개인들로 살아간다. 내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알면 다행이고, 이름이나 직업이나 가족 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아니, 내가 혼자 살고 내 이름이 이이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나의 주변에 노출되는 것이 나도 꺼림칙하다. 누가 어디서 언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가능하면 나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나는 평소에 상당히 조심하며 지낸다. 여성으로서, 비혼자로서, 신학전공자로서,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생활의 감정들과 생각들을 편하게 나눌 사람들도 많지 않다. 한마디로, 여성이 불안한 대도시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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