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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및 일상 글

어머니의 위대한 유산 1

어머니의 위대한 유산

 

위대한 유산은 19세기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Great Expectations 의 한국어판 제목이다. 영문학과였던 나는 아마 3학년때인가 19세기 영미소설 시간에 이 작품을 읽었다. 나중에는 TV에서 영화로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신분상승의 야심으로 분투하는 가난한 고아 소년, 인간 (남성)의 사랑에 버림받은 여성의 우울한 복수, 아름다운 소녀의 차가운 냉대, 상류층에 대한 복수심으로 어린 소년을 이용하는 탈옥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특히 결혼식 날 배신당하여 버려진 여성 미스 해비샴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그녀의 방이 결혼식 날 당일의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곧 결혼 케익이 방치되어 있고, 시계도 그 때의 시각에 멈춰있는, 모습의 묘사는 섬뜩하고도 기이한 인상을 주었었다. 인생에, 삶에 남겨주어야 할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가를, 그것은 결코 돈, 재물, 신분상승이 아님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훌륭하신 분이다. 그녀는 1935년생이고, 8남매의 셋째였다. 외조부모님은 8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잠시도 쉴 틈 없이 늘 일을 하시곤 했다. 나의 어머니는 그래서 부모님의 자상한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하셨다. 학교를 안 가거나 하면, 왜 학교를 가지 않느냐, 어서 학교에 가라고 말씀할 틈도 없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논에 나가 농사일을 돕고 밭을 매고 고추를 따고 등등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학교 공부를 잘하셨다. 외우는 거을 잘하셔서 국어, 국사를 좋아하셨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학교가 집에서 멀어서 등하교하느라 힘이 들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멀리 있는 학교에 갔다 오면 지쳐서 잠들기 일쑤였다. 그 옛날, 여자였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오셨다. 어머니와 동갑이신 나의 고모는 부모님이 일직 돌아가시고 계모 아래에서 갓난 동생을 돌보라며 학교를 보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고모는 연세가 60, 70이 지나서도 공부 못한 설움을 말씀하시곤 했다. 내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은 대학까지 다녔다. 역시 교육과 직업은 남자들 위주였다.

어머니는 결혼 후 낯선 환경과 낯선 시집 식구들 틈에서 어려움도 겪으셨다. 어머니는 바느질을 꼼꼼히 하셨다. 동대문 시장에서 천을 조금씩 끊어다가, 치마나 바지, 윗옷을 만드시곤 했다. 때로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신문지로 본을 뜨곤 했다. 손바느질로도 하고 때로는 재봉틀로도 하였다. 내 것도 여러벌 만들어 주셨다. 어머니는 한동안은 십자수를 놓으셨다. 혼자서 책을 사서 보시고, 색색깔의 실들을 사서는 자수를 예쁘게 놓으셨다. 주로 꽃, 나무, 새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들이 많았고 종종 집과 어린 아기, 예쁜 소녀의 도안도 있었다. 액자를 사다가 자수를 액자에 넣어서 정말 작품으로 완성시키셨다. 어머니는 솜씨가 좋으셨다. 친척들이 우리집에 방문하면 그 액자들을 보고는 하나 얻어가려고 서로 다투었다. 또 실제로 어머니는 그 많은 자수 액자들을 아버지의 모임 친구부들이나 만나는 지인들에게 선물로 전해드리곤 했다. 나도 따로 나와 살면서 액자를 여러개 가지고 왔다. 내 집 거실과 방에 장식으로 놓았다. 어머니는 내게, 이 수놓은 것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