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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조용한, 독일

루디아난 2019. 8. 9. 13:25

투박하고 조용한, 독일

 

독일에서는 전통적인 집들을 보았다. 그 집들의 목재 구조가 바깥에 밖으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텁고 검은 색의 투박한 듯한 목재구조였다. 수백 년 된 고색창연한 집들이 쭈욱 이어져 있다. 작은 광장과 분수대, 조각상들... 조용한 거리, 많지 않은 사람들... 차분한 느낌. 유명한 성당이 있는 거리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었고 그러다가 거리의 상점들을 구경하였다. 커다란 사람 크기의 곰인형이 입구에 서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였다. 중세의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마네킹이 서 있는 가게도 있었다. 성당 안으로도 들어가 보았다. 안내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는 무척 친절하여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옛날 예쁜 엽서에 주로 나오던 지붕이 뾰족한 나무 집들과 빨간 꽃들이 실제로 있는 마을에 갔었다. 이 마을은 바이에른 주에 있었다. 도심을 벗어나 지역의 숙소를 향해 가는 길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집들은 뾰족한 지붕을 하고 마당엔 잔디와 나무들이 있었다. 전원적인 풍경이었다. 관광지이고 휴양지인 퓌센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의 물은 파랗고 잔잔하며 하얀 오리 몇몇이 있었다. 길가의 평범한 바위에 앉아 호수의 물을 한 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마냥 있고 싶었다. 호수의 물을 마음에 담고, 또 정말로 호수를 나의 집 앞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퓌센의 길엔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가 다니고 있었다. 그 마차들은 매우 느리게 걷는 말들이 끌고 있었다. 그냥 걸어가나 마차를 타고 가나 마찬가지였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 나로서는 너무 느리고 천천히였다. 때로는 이렇게 느리고 천천히 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프랑크푸르트는 현대적 도시였다. 프랑크푸르트의 강들은 잔잔하고 마을의 집들 가까이에 있어, 언제라도 강 위의 다리로 쉽게, 그리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거대하게 크지 않고 아담한 느낌을 받았다. 강물과 다리의 저 멀리로 푸른 산들이 나즈막히 도시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프랑크푸르트의 전철역 근처의 어느 광장에서 나는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광장의 가운데 쪽 벤치에 몇몇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고, 그들은 큰 소리로 서로 떠들고 있었다. 한 여자는 체격이 마치 남자 같았고, 무리 속의 다른 남자들에게 마치 호령이라도 하듯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서로 갈등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독일인이나 유럽인으로 보이지 않았고, 집시나 이주민으로 보였으며,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들을 보며, 인생이란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완전한 만족이나 완전한 행복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거리의 어느 평범한 마트에 들어가 보니 우리나라의 보통 마트처럼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형마트는 아니었고, 그런 대형마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리와 도로도 그다지 넓거나 크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작은 주택가 거리에서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였고 잠시 산책을 하였다. 유럽의 여느 마을이 그러하듯이 거리 중앙에는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었고, 그 주위로 몇몇 사람들이 여유롭게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하며 서 있었다. 나는 어느 상점 옆에 앉았고, 우연히 그 옆에 있던 젊은 엄마와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 젊은 엄마는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그녀 역시 다른 곳으로부터 이 곳을 보러 왔다고 했다. 여행자 둘이 만난 것이다. 아이는 무척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