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
아버지
정신분석에서 아버지는 사회를 나타낸다. 어린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 사회를 보고 , 사회에 대해 배우며,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고 깨닫고 알게된다. 그런데 나에게 그 아버지는 어떤 의미에서 마치 공백, 빈 구멍과도 같았다. 아버지는 부재의 존재였다. 나에게는 좀 멀리 계신 분... 친밀하지 못한 분... 내가 잘 알 수 없는 분이었다.
아버지는 늘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셨다. 어머니보다는 더 세상적, 세속적인 가치, 평가 기준에 젖어 있으셨던 것 같다. 한국의 유교문화 때문인지,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 하는 체면을 따지신 것 같다. 내 아버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흔히 아버지들은 자식이 세상적으로 잘되고 성공하면 그 자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소위 성공하지 못하고 더 부족한 자식을 사랑한다는 말이 내 경우엔 잘 맞는 것 같다. 아버지는 일꾼이셨다. 무슨 일을 하든, 철저히, 제대로, 완벽하게 하시려 했다. 대충대충, 적당히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점이 때론 너무 힘들고 잘 맞지 않았다. 나는 중학교 때 교복을 입은 세대이다. 검은 구두도 신었었다. 나는 내 구두를 직접 닦아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마당도 쓸고, 당신 구두를 닦으셨다. 그리고는 내 구두를 닦아 주셨다. 내가 닦아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내가 할 새도 없이 아버지가 내 구두까지 닦아주셨다. 새 구두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부지런하셨고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