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0년을 새로 시작하며, 나는 일도 열심히 하지만, 기회를 잘 얻어서, 또 여행을 가보고 싶다. 2월엔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일본과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오키나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일과 세미나 목적이므로, 순수 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기대가 된다. 5월경에도 가능하면 동유럽을 가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여러 나라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다니며 보니, 바다와 해변도 모두 같은 바다와 해변이 아님을 이제 알게 된다. 한국의 강화도에 갔을 때는 바다가 약간 회색이 섞인 파란색이었고 해변은 진흙, 뻘이었다. 강원도 강릉의 동해에 갔을 때 동해 바다는 더 밝은 파란 빛이었다. 충청도 쪽 서해 바다에 갔을 때 바다는 회색빛이 더 진했고 해변으로 얕은 물결이 일렁였다. 서해 바다 해변에는 곱지는 않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바다는 밝은 에머랄드 빛이고 해변은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의 서부 해안 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바다는 또 달랐다. 그 해안 도로를 달려 다나 포인트라는 곳 그리고 그 주변에서 멈춰서, 바다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볼 수 있었다. 파도가 몰려 오는 그 바다 바로 앞에서 걸으며 바라본 태평양의 바다는 작은 섬이나 바위, 그 무엇도 보이지 않은 채, 한 없이 끝없이 넓었다. 아, 이것이 태평양인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정말 한 없이 넓고 광대했다. 그 넓은 물 위로 햇살이 빛나며 부서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바닷물은 짙고 약간 어두운 파란색이었다. 육지 가까이 있는 해변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솟아 있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에서 본 바다는 파란 색이었고 크고 작은 섬들과 바위들이 떠 있었다. 참 신기하다. 같은 물이고 같은 바다인데, 그 색깔이 다르고 깊이도 다르다, 당연히 느낌도 다르다. 이렇게 자연의 아름다움도 다 제각각 다른데, 하물며 사람이랴 싶었다. 사람들이 얼굴 생김새도 키도, 몸집도, 그리고 성격도, 개성도, 모두 다른 것이 얼마나 당연한가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왜 상대방이 나와 다른가를 불평어린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나와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와 같아지기를 은연중에 바란 적도 많았다. 여행의 미덕은 이런 것이리라. 낯설고 다르며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보고 겪고 느끼면서, 나의 마음과 생각, 성품 혹은 나의 내면의 그릇이 넓어지고 커지고 따뜻해지는 것이다.
그렇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달라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다. 달라지고 넓어지고 더 성숙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돌아와 원래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함이다. 비록 소박하고 평범한 집에서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일지라도 그것이 나의 행복이고 감사임을 느끼게 된다. 나는 요즘, 이제 어디로 떠나볼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본다. 또다시, 눈부신 여행의 오후를 누리고,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이곳과는 다른 멋진 세상을 또다시 바라보며 더 깊어진 마음을 얻고 싶다. 그렇게 깊어지고 넓어진 마음으로 나는 아름다운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